SHOES, REFRAMED

요즘 신발의 세계는 하나의 이름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자유롭게 섞이고 있다. 스포츠와 포멀, 아웃도어와 데일리의 경계가 느슨해진 지금, 우리는 이 풍경을 이렇게 바라본다. 경계 없음.
신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11년 3월, 셀린느의 2011 F/W 컬렉션 현장. 피날레가 끝난 뒤 당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피비 파일로가 런웨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터틀넥 스웨터와 블랙 트라우저, 그리고 발끝에는 새하얀 아디다스 스탠 스미스. 불과 몇 초의 장면이었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신발로 향했다. 테니스 코트에서 출발한 신발이 파리의 런웨이에 등장한 뒤, 스탠 스미스는 곧 사무실과 학교, 데이트와 업무 미팅, 그리고 다음 시즌의 패션 위크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비슷한 장면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배우 존 터투로는 스카르파의 어프로치 슈즈를 신고 영화 프리미어에 등장했고, 로살리아는 2025년 멧 갈라를 앞둔 뉴욕에서 슬로건 티셔츠와 맥시 스커트에 축구화를 매치했다. 2019년 LACMA Art + Film 행사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그레이 쓰리피스 수트에 브라운 스웨이드 하이킹 부츠를 신었던 모습도 떠오른다. 본래의 쓰임과는 조금 다른 장소에 놓인 신발은 오히려 새로운 인상을 만든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렇게 낯설게 보였던 신발들을 어느새 자신의 일상으로 받아들인다.
고프코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익숙한 흐름이 되었다. 다만 최근의 변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그 범위가 축구와 스케이트보드, 트레일 러닝을 넘어 클라이밍과 헌팅, 복싱, 볼링처럼 보다 세분화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디다스와 브레인 데드의 볼링화, 시몬 로샤와 협업한 암벽화처럼 전문적인 기능에서 출발한 디자인이 패션의 언어로 다시 읽히는 경우도 많다. 어프로치 슈즈를 신고 사무실로 향하고, 워터 슈즈를 신은 채 도심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도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다. 꼭 그 기능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기능적인 형태와 디테일 자체가 하나의 미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기능성 장비와 일상용 신발의 경계는 점점 흐려지고 있다. 이제는 기능을 위해 신는 것인지, 기능의 이미지를 즐기기 위해 신는 것인지 구분하는 일조차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서로 다른 종류의 신발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슈즈 역시 이런 변화의 중심에 있다. 구두와 운동화의 특징을 섞은 이른바 ‘구동화’는 이미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고, 그 범위도 계속 넓어지고 있다. 더비 슈즈의 클래식한 실루엣에 스니커즈의 밑창을 더하고, 모카신의 편안한 형태에 아웃도어 슈즈의 기능을 입힌다. 하이킹 부츠와 로퍼가 만나고, 러닝화와 드레스 슈즈가 서로의 특징을 나눠 갖는다. 어느 한쪽의 이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신발들이 계속 등장하는 지금, 어쩌면 신발은 더 이상 용도보다 맥락에 의해 정의되는지도 모른다. 산을 오르기 위해 만들어진 신발이 사무실에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코트 위에서 태어난 테니스화가 런웨이의 상징이 된다.
그래서 지금의 슈즈 월드는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다. 테니스화도, 축구화도, 하이킹 부츠도, 구두도 더 이상 자신의 이름에만 머물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것은 ‘어떤 신발인가‘를 정의하는 일보다, ‘어떻게 신을 수 있는가‘를 상상하는 일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경계가 없는 슈즈 월드. 우리는 그 가능성을 신는다.
FORMAL ATTITUDE
포멀 슈즈의 범위도 한층 넓어졌다. 옥스퍼드와 더비, 로퍼 같은 클래식한 형태를 중심으로 하되, 이번 시즌에는 익숙한 실루엣에 조금 다른 디테일을 더한 디자인을 눈여겨볼 만하다. 시몬 로샤와 MM6처럼 전통적인 포멀 슈즈를 새로운 방식으로 변주한 디자인도 좋은 예다. 로퍼는 조금 더 부드럽고 슬림한 형태를 고르면 좋다. 클래식한 페니 로퍼에서 한 발짝만 벗어나도 선택지는 꽤 다양해진다.
CASUAL MOOD
캐주얼 슈즈는 더 이상 스니커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메리 제인과 플랫, 뮬, 모카신까지 다양한 형태가 일상적인 스타일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있다. 특히 메리 제인은 이번 시즌 눈여겨볼 만한 아이템이다. MM6와 웨일스 보너처럼 익숙한 실루엣에 새로운 디테일을 더한 디자인부터, 시몬 로샤의 버클 메리 제인 뮬처럼 조금 더 과감한 형태까지 선택의 폭도 넓다. 클락스의 왈라비와 데저트 트렉처럼 포멀과 캐주얼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가는 슈즈 역시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데님이나 와이드 팬츠와 매치하면 의외로 자연스럽고, 캐주얼한 룩에도 적당한 긴장감을 더해준다.
GO OUT
아웃도어 슈즈 가운데 최근 가장 흥미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것은 어프로치 슈즈다. 암벽 등반을 위해 만들어진 신발이 이제는 출근길과 주말 약속에도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디에메의 어프로치 슈즈나 처치스의 하이킹 부츠가 좋은 예다. 단단한 갑피와 거친 밑창, 기능적인 디테일처럼 산에서는 익숙했던 요소들이 도시에서는 오히려 신선한 인상을 만든다. 꼭 산에 오르지 않더라도 괜찮다. 지금의 아웃도어 슈즈는 기능을 넘어 하나의 스타일로 읽히고 있으니까. 이번 시즌에는 조금 낯선 형태의 신발을 선택해보는 것도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