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 ROUTE 3

1.KYNE Untitled, 2025, Acrylic on canvas, 162 x 260.6cm(pair)
2.KYNE,Untitled, 2025, Acrylic on canvas, 91 x 91cm
3.KYNE, Untitled, 2025, Acrylic on canvas, 162 x 130.3cm
4.KYNE, Untitled, 2025, Acrylic on canvas, 91 x 72.7cm

전시 소개

 

ROUTE 3는 일본 후쿠오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국도 3호선을 가리킨다. KYNE의 닉네임 ‘route3boy’가 이 길에서 비롯되었듯, 이번 전시의 제목은 지명 자체라기보다 도시를 읽는 감각을 호출한다. 작가가 오래 주목해 온 것은 공공 공간에서 우연히 생성되는 장면들이다. 낙서와 그래피티의 흔적, 항만 창고와 고가도로가 만들어내는 공기, 사람의 스케일을 넘어서는 구조물이 드리우는 그늘. 이러한 장면들은 제한된 색과 굵은 윤곽, 큰 면으로 번역되며 KYNE의 화면 언어를 이룬다.

 

KYNE를 상징해 온 정면의 여성 얼굴은 감정을 과시하기보다 태도를 유지하고, 관람자와의 거리를 단단히 남긴다. 1980년대 아이돌 레코드 재킷의 프레이밍과 색면, 일본화(日本画)의 평면성과 공정, 그리고 그래피티가 요구하는 즉각적인 가시성이 한 화면 안에서 결속하며 이 인물상을 형성해 왔다. 그 결과 이 얼굴은 초상이라기보다, 이미지가 빠르게 소비되는 도시에서 ‘아이콘’이 성립하는 조건을 회화로 구현한 형태에 가깝다.

 

그러나 《ROUTE 3》에서 그 아이콘은 더 이상 홀로 서 있지 않다. 전시의 전환점은 두 개의 캔버스가 한 쌍을 이루는 작품들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 캔버스에는 인물이, 다른 캔버스에는 표지판과 신호등, 교량과 고가도로 같은 ‘길’의 풍경이 놓인다. 풍경은 사실적 재현을 과시하기보다, 재료와 정보가 선택되고 배치되는 ‘편집’의 방식으로 구성된다. 굵은 선과 큰 면으로 정리되고 제한된 색으로 압축되며, 불필요한 정보는 과감히 덜어 낸다. 그 결과 풍경은 배경으로 물러서지 않고 독립된 화면으로 선다. 인물 역시 그 옆에서 동등한 존재감으로 놓인다. 관람자는 ‘얼굴’과 ‘길’을 동시에 보게 되고, 이 병치가 전시의 핵심을 이룬다.

 

이 페어 구조는 인물과 장소를 한 화면에 섞기보다, 두 화면 사이의 긴장 속에서 장면이 성립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단일 캔버스 작품들에서도 계단과 난간, 벽체, 도로의 여백 같은 구조 요소들이 화면을 조직하며, 인물의 익명성과 장소의 익명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KYNE의 정서가 생성된다. 이 전환은 ‘거리’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경계는 표정에서 공간으로 확장되고, ‘다가갈 수 없음’과 ‘닿지 않음’의 감각은 구조물과 여백을 통해 조형적으로 구축된다. 이는 배제를 위한 장벽이 아니라, 불필요한 침투를 허락하지 않는 태도의 형식이다.

 

《ROUTE 3》는 출발점이면서 방법론이다. 길은 목적지보다 지나치는 동안 남는 잔상으로 기억된다. KYNE가 그 잔상을 얼굴의 윤곽으로 붙잡아 왔다면, 이제 그는 잔상이 발생하는 조건까지 화면 안으로 초대한다. 장소의 구조, 표면의 리듬, 거리의 형식. 이 왕복의 한 구간이 서울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그 구간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관람자의 걸음과 시선이다.

작가 소개

 

KYNE(키네)는 1988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같은 도시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대학에서 일본화(Nihonga)를 전공했으며, 2006년경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0년대 만화와 여성 팝 아이돌의 레코드 재킷 이미지에서 출발한 그의 여성 이미지는 거리감 있으면서도 절제된 인상을 지니며,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CD 재킷 디자인, 광고 작업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어 왔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KYNE는 2010년대 이후 일본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주목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굵은 선으로 표현된 눈썹과 눈이 특징적인 KYNE의 여성 인물들은 한눈에 보아도 차분하면서도 단단한 인상을 남긴다.

 

이른바 ‘KYNE 걸즈(KYNE-girls)’로 불리는 이 인물들은 제한된 색채와 미니멀한 드로잉 스타일을 통해 높은 시각적 밀도를 형성한다. 이러한 표현은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접해온 스트리트 문화와 대학에서 수학한 일본화, 그리고 1980년대 문화적 감수성이 축적되고 교차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타인의 시선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이 여성 이미지들은 KYNE의 작품 세계를 상징하는 하나의 존재로 자리하고 있다.

전시 기간: 2025.01.30(금) – 04.04(토)
장소: 신세계갤러리 청담
주소: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60길 21 분더샵 청담 지하 1층
입장료: 무료
도슨트: 네이버 도슨트 예약 혹은 갤러리 문의

주차 공간이 협소하오니 대중교통 이용 부탁드립니다.
추가 문의: +82-2-2056-1240

1.KYNE Untitled, 2025, Acrylic on canvas, 162 x 260.6cm

2.KYNE,Untitled, 2025, Acrylic on canvas, 91 x 91cm

3.KYNE, Untitled, 2025, Acrylic on canvas, 162 x 130.3cm

4.KYNE, Untitled, 2025, Acrylic on canvas, 91 x 72.7cm